뜨거움보다 차가움

1.
낮에 커피숍에서는 그럭저럭 진전이 있었는데, 
이렇게 혼자 책상 앞에 앉게 되는 새벽은 대책이 없다.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자꾸 인터넷 이곳 저곳을 헤맨다.  
동영상도 클릭하고,  사진도 클릭하고,  속보도 클릭하고,
누군가의 슬픔,  누군가의 분노,  누군가의 의혹, 누군가의 비난을 잠시 머릿 속에
담았다가 또 흘려보냈다가.   
애도가 지나쳐 고인을 호들갑스레 예찬하거나,  
슬픔을 강조하다 자칫 신파로 흐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유난히 감정표현이 풍부하고 뜨겁지만,  어떤 종류의 일은 
그 뒤 오래 책임을 묻고,  지켜보고,  기억하는 차가운 분노가 더 필요하다.  
더 무서운 것도 그쪽이지 않을까.


2.
  우리집 막내 코코는 요즘 비둘기에 미쳐있다.
구구구거리는 비둘기 소리가 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창가로 달려간다.  
비둘기님이 창가에 앉기라도 하시면,  닥치고 스토킹.
창문에 착 달라붙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떨어질 줄 모른다.   
비둘기가 무슨 흥미로운 자태를 선보이겠나 그냥 조류 대가리(비하 아님)  특유의 
어수선한 움직임이 다일 뿐.
 그걸 코코는 창턱에 양 앞발을 얹고,  뒷 발은 까치발 세운 채  눈은 왕방울만해져서는,  
TV다이 위에서 꼼짝않고 지켜보는 것이다.  
 무슨 외계생명체 만난 스필버그 소년마냥.
  


by 피뢰침 | 2009/05/27 05:24 | BY-TALK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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